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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내 어두운 밤바다를 밝혀 준 한국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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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두운 밤바다를 밝혀 준 한국어선생님

 

담효양

 

대학교 때 ‘행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강의가 있었다. 처음에는 행복이라는 것은 안 배워도 잘 알 수 있는데 굳이 수강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도저히 답을 알 수 없었다. 수학자의 행복은 공식을 풀어내는 것이고 연구자의 행복은 새로운 주제의 결과를 내는 것이며, 엄마의 행복은 아이의 건강일 것이고 관리자의 행복은 회사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생존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며, 선생님들의 행복은 지식을 나누어 줌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행복은 뭘까? 문득 대학생활이 생각났다.

“교수님 제가 팀이 아직 없어요.” 조용한 교실에서 갑자기 한 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팀을 짜서 프로젝트를 하는 활동인데 팀에 못 들어간 외국인 한명이 남았다. “여기 외국 학생이 있는데 팀원을 한명 더 필요로 하는 조가 있나요?” 교수님이 물어보셨다. 한참 동안의 침묵이 이어지다가 한 학생이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 이번 수업의 평가가 매우 중요해서 저희는 A를 받아야 되는데 외국인 학생이 들어오면 …” 여기까지 말하고 그 학생은 이야기의 끝을 맺지 못했다. 이 말을 듣고 그 외국인 학생이 충격을 받아서 교수님께 여쭤보았다. “교수님 저 발표 대신에 과제를 제출해도 되나요?” 그 학생은 교수님의 조정으로 마지막에 겨우 한 팀에 들어가서 한 학기 동안의 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외국 학생이 바로 나다.

대학교 때에 나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한국 사람들과 경쟁하면 부족한 점이 많아서. 위와 같은 경우가 많이 있었다. 교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아는 것 같은데 전체 수업 내용은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다. 팀 프로젝트를 잘 하기는커녕 강의 내용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성적이 잘 나오지 못하면 졸업도 어려울 텐데 발표 성적도 최종 평가에 들어간다고 해서 학기 초부터 팀 프로젝트 발표할 일이 불안하고 무섭기 시작했다. 구강기 아기들이 무엇인가를 입에 물고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 음식을 자주 먹기 시작하였고 음식 섭취를 통한 스트레스 해소와 살찌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심각한 열등감을 받으면 우울해지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싫게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 다니는 시간을 빼고 집에 계속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국어 실력이 계속 늘지 않고 정체되어 있으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유리천장을 깨뜨릴 수 없는 답답함 속에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친구가 나에게 더 이상 이런 생활을 계속하면 안 된다면서 한국어 선생님 한 분을 추천해 주었다.

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배한테는 희미한 불빛 한줄기라도 가야할 방향을 찾기에 충분하다. 선생님이 바로 나한테 그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 막막하기만 한 나에게 힘을 주고 나아갈 길을 안내해 주었다. ‘한번 만나보긴 하겠지만 별 소용이 없겠지. 공부라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도와준다고 한들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어?’ 생각하면서 선생님과 첫 만남을 가졌다. 선생님께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정하고, 수업 시간에는 발표문을 고쳐주는가 하면 말하기와 쓰기 연습을 많이 하도록 도와주셨다. 특별한 목표 없이 모든 것을 잘 하고 싶어 하던 나에게 나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적으로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신 것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나의 곁에서 끊임없이 힘을 내라고 격려하는 한편 한국 문화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서 영화도 같이 봐 준 것이다.

그날도 평소처럼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과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왜 한국에 왔는지 회의에 빠진 사실과 주변 사람들과 만나기 싫은 마음, 그리고 인생의 보람에 대해 선생님께 여쭈었지만 선생님은 여느 때처럼 위로해주지 않았다. 단지 헤어지기 전에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를 추천해줄 뿐이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암에 걸려서 산소 호흡기를 항상 갖고 다녀야 하는 여자 주인공 헤이즐이 병 때문에 삶에 대한 희망을 점점 잃어가다가 다리가 하나밖에 없지만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남자 어거스터스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 속에 특별히 인상에 남는 대사가 있는데 그것은 ‘네가 이 세상에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에 대해서는 선택권이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좌절하는 일없이 평생을 보내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움츠러들 때도 있고 난관을 피할 수는 없지만 운명을 어떻게 극복할지 정할 수 있다. 한국에 와서 생활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것도 정상이며, 한국 문화와 중국 문화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정상적이다. 그러나 그것을 이유로 자신을 원망하고 우울한 나락에 빠져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어려운 한국 신문을 읽도록 한 뒤, 선생님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식으로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강의내용에 대해 모르는 부분을 해석해서 수업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시켜주기도 하였으며, 발표하기 전에는 발표문을 미리 고쳐주고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러울지를 알려줘서 좀 더 수월하게 발표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다.

한국은 단일 민족이지만 외국인에 대해 포용심을 가지고 있으니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라고 격려해 주셔서 나는 용기를 내어 학교의 등산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한국 친구와 매주 등산하면서 같이 떠들고 지내다 보니 마음이 점점 열리고 정도 들었다. 그 후 또 다른 어려움에 부딪쳐도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노력하다보니 대학교2학년 2학기 때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첫 장학금을 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노력을 통해 국제 글로벌 인재 상도 받았고 성적 우등상도 두 번이나 받았다. 난관을 극복하고자 열심히 노력한 나의 노력이 최고로 뛰어난 성적을 받지는 못했을지라도 비교적 좋은 결과를 거두어 행복하다.

선생님은 대학교 4년 동안 친구처럼 나의 곁에 계셔 주었다. 그러나 지금 선생님은 한국을 더 널리 알리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캄보디아에 있는 세종학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계시다. 나를 위해 과외선생님처럼 도와주었지만 한 번도 대가를 받지 않으셨다. 이유를 물어 보니 인생의 보람은 돈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한테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며, 그것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어서 선생님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다. 지금도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선생님께 여쭈어 보면 선생님은 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곤 한다. 적극적인 태도, 낙관적인 마음가짐, 인생에 대한 열정, 착한 마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 나는 이런 것들을 선생님께 배웠다. 학교 수업과 상관없는 과외수업을 하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운 것이다.

나는 지금 한국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일터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어도 웃으면서 대처하고 원만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중국어와 영어를 많이 쓰는 편이며 한국어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한국어를 잘 하는 동료도 있지만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동료들 중에 처음에는 은행이나 부동산에 갈 때 같이 가자고 요청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필요한 한국어 문장 전체를 녹음해 달라고 요구하는 동료도 있다. 가끔 카페에 가서 긴 문장을 과외수업 할 때처럼 해석해 줄 때도 있다. 동료들을 많이 도와주다보니 주변 동료들과의 사이도 매우 좋고 일하는 분위기도 화목하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신 친절을 동료들에게 베푸는 동안 나도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우울한 대학 시절, 어두운 밤바다에서 표류하는 배처럼 절망에 빠져있던 나를 이렇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 내 어두운 밤바다를 밝혀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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