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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10유로의 뼈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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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유로의 뼈해장국>

윤담이

 

“멜시! 얼마나 기다렸던 거야!”

“얼마 안 기다렸어. 그동안 잘 지냈어? 이제 안전해보이니 다행이다.”

 

멜시를 만난 지 두 달 만이다. 지금은 어린이대공원 3번 출구 앞. 여기서 우리의 두 번째 만남이 신기하다. 스쳐 지나갈 수 있었던 지중해의 바람이 한반도로 불어왔다.

 

두 달 전의 기억을 보듬어 보자면, 나는 세상을 떠도는 히치하이커였다. 학점, 스펙, 토익, 알바, 취업... 듣기만 해도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것 마냥 한 순간에 답답하게 만들어 버리는 두 글자의 단어들 이다. 답답한 내 눈 앞의 두 글자의 단어들을 뱉어 내고 새로운 무언가를 마시고 싶었다. 아니,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다. 나에게 새로운 두 글자는‘여행’이었고, 내가 전혀 느끼지 못했던 온전히 새로운 것을 만나야만 했다. 내가 내렸던 결론은 평소 궁금했던 나와 다른 세상 사람들, 그들을 만나 소통하며 새로운 것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살얼음판 같던 대학교 4학년 취준을 앞둔 나이에 진짜 살얼음판을 보러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편협한 생각의 굴레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된 것이.

아이슬란드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번갈아가며 떠돌던 중, 여행 4 개월 차쯤. 지금으로부터 딱 두 달 전일이다. 그리스‘데살로니키’라는 곳이었다. 지중해 바람 냄새가 내 코를 적실 때 즈음 나는 그리스의 수도‘아테네’로 가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려던 참이었다. 히치하이킹을 하며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비용 절감만의 이유는 아니다. 진짜 그 나라마다의 현지인들의 태도, 사고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 날도 어김없이 그리스 현지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하며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테네 방향 고속도로 나들목을 찾으러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찾았다. 17kg 배낭을 짊어지고 성큼 성큼 걸어가 상자 종이에 매직으로 크게 ATHENE 라고 적고 손을 뻗었다.

10분 째인가, 눈이 퍼런 입가에 주름이 진 흰색 카라티를 입은 한 외국인이 걸어와 조심스레 묻는다. 아니 여기선 내가 외국인이지.

“혹시 한국말 할 줄 아세요?”

내가 잘못 들었나?, 여긴 그리스인데, 그리고 이 외국인은 뭐지, 한국말은 왜 이렇게 유창한 거야? 게다가 고속도로에 차 없이 홀로 서있는 날 어떻게 보고 어디서 온 거지?

“어마맛, 깜짝이야. 뭐예요? 한국말 왜 이렇게 잘해요? 누구세요? 한국 가보셨어요? 제가 한국 사람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놀란 마음과 동시에 한국말을 한다는 거에 대한 반가움으로 화들짝 놀래며 속사포로 궁금증을 쏟아냈다. 그 외국인 이름은 멜시이고 유럽의 최빈국인 알바니아에서 온 친구였다. 멜시는 한국에서 몇 개월 지냈었고, 본인이 한국에서 지내봤기 때문에 한국 사람은 단번에 알아본다고 했다. 웬, 한국인처럼 보이는 여자애가 큰 배낭을 매고 두리번거리며 고속도로로 가는 모습이 자기가 꼭 꼭 도와줘야 할 것만 같다며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쫓아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게 너무 도와주고 싶다며 지갑에서 10유로를 꺼내 내 손에 쥐어주며 말한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한국 사람들이 날 너무 많이 도와줘서 한국에 대한 마음이 커. 그동안 내가 한국에서 받은 고마움이 많기 때문에 이번엔 내가 널 꼭 도와야 할 것 같아.”정말 감사하고 눈물이 나오는 말들이었다. 멜시의 말 하나 하나가 저금통에 동전 하나 하나 쌓이듯, 내 마음통 한 켠에 차곡 차곡 쌓여졌다. 여행하면서 마음에 받았던 감사의 동전들이 멜시로 하여금 가득 찼고 한국에 돌아가서 하나 하나 다시 꺼내 보기로, 꺼내서 나와 같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그 날 그렇게 멜시와 인사를 했지만 갑자기 멜시는 다시 돌아와서는 행운의 팔찌라며 내 팔에 본인이 차고 있던 은색 팔찌를 건네줬다. 그리고 말했다. 혹시라도 세상 어딘가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 때 그 행운 잘 보관했다 만나면 돌려달라고. 그렇게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줄이라 생각도 못한 채 서로 페북을 친추를 공유하고 헤어졌다.

두 달 후, 나는 오랜 여행을 마치고 학교로 복학하기 위해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에 멜시한테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으로 일자리를 구하러 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멜시와 어린이대공원 3번 출구 앞에서 만남을 약속 한 채 두 달 만에 행운의 팔찌를 다시 돌려 줄 수 있었다.

사실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조차 안했는데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멜시가 준 행운을 다시 돌려 줄 수 있었다.

“멜시, 나 10유로 아직도 내 방에 있어. 그 10유로 오늘 내가 쓸게. 뭐 먹고 싶어?”

멜시에게 한국음식을 소개해주고 싶은 나는 뼈해장국집에 들어갔다. 너무 맛있다며 김치, 깍두기를 실컷 먹는 멜시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이모, 이 친구가 그리스에서 고속도로에서 위험에 쳐했던 제게 행운을 줬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여기 있고, 오늘은 그 10유로 어치의 뼈해장국 제가 살 차례에요.”

그리스에서 알바니아인과 한국인이 만나 친구가 되고, 한국에서 그 우정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불과 두 달만 이라는 게 참 신기한 세상이고 좁은 세상이다. 행운은 아무래도 돌고 도나보다. 아낌없는 베풂은 돌고 돈다. 고마움을 한 사람에게 전하면 그 고마움은 돌고 돌아 자신에게 온다. 만약 한국에서 멜시가 고마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그리스에서 한국인인 내 모습을 보고 도와줄 수 있었을까? 또 내가 한국에 돌아온 멜시를 이름도 모른 채 알바니아인인지, 체코인인지, 헝가리인인지 구별도 못한 채 지중해에서 온 행운의 손님을 그저 지나쳐 버렸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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