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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선생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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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편지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책 표지에는 내 얼굴 사진도 들어있다.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다. 자신에게 자랑을 늘어놓고 싶다.

한국으로 시집와 정착한 지가 벌써 11년이 되어간다. 집에만 콕 박혀있던 내가 한 선생님의 소개로 얼마 전부터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에 나와서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글쓰기란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하고 부담이 컸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있는 일들을 편하게 써보라고 한다. 일기를 쓰듯이 주저리주저리 서두와 본문도 모른 채 몇 편을 써서 내놓았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수정, 보완하고 여러 번의 퇴고를 걸쳐서 한 편씩 한 편씩 글들이 완성되었다. 그 중에서 네 편의 글이 여러 선생님들의 글과 함께 수필집 ‘일곱 빛깔 수필이 흐르는 강’에 담겨졌다. 다른 선생님들의 글에 비하면 허접스러워 쑥스럽지만 책속에 내 글이 실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책을 안고 집으로 오면서 선물 드릴 사람들을 꼽아 보았다. 부모, 친척들과 친구들이다. 맨 처음으로 엄마에게 가져다 드렸다. 엄마는 직장에 가지고 가서 자랑을 해야겠다며 흥분되어있다. 다음으로 할머니한테로 달려갔다. 들고 간 책을 보여줬더니

“이게 뭐니?” 하신다. 느닷없이 무슨 책인가 하셨나 싶다. 책표지에 있는 내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더니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이내 눈물을 보인다.

“참 잘했다.”

더 이상 다른 어떤 말이 필요 없다. 그 말 한마디에서 할머니의 온갖 사랑과 마음이 전해진다. 어려서부터 고생만 한다고 안쓰러워하던 장손녀가 이리 글을 써서 안겨주니 책을 붙잡고 연신 머리를 끄덕끄덕하신다. 대견스러웠던 모양이다.

친구들에게도 나눠줬다. “와~ 이젠 박 작가라고 불러야겠네.”하면서 농담을 건넨다. 말수도 적고 얌전하여 집에서 살림만 할 것 같은 애가 어떻게 글을 쓸 생각을 했냐며 달리 보인다고 한다. 여기저기에서 칭찬을 받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다.

아이들이 학교로 책을 가지고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선뜻 보내기가 망설여진다. 먼저 선생님께 드려야 할 것 같아서이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또 읽고 보여드려도 괜찮은지 몇 번을 펼쳐보았다. 큰 맘 먹고 메모지에 “선생님께, 용기를 내어 책 한 권을 보내드립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한 걸음씩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글 솜씨에 쑥스럽지만 너그러이 봐주세요.” 포장을 하여 아이들 편에 보내드렸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수업 끝나고 빨리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내기를 잘 한 건가. 보내지 말걸 그랬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드디어 오후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돌아왔다.

“책 드렸니, 선생님이 뭐라 하셔?”

“엄마가 대단하시대요. 아이들 앞에서 엄마 칭찬해주셨어요. 그리고 책 선물 고맙대요.” 아이가 더 신이 났다.

후~ 그제야 낮 동안 쌓였던 긴장이 싹 풀린다. 딸아이는 부랴부랴 가방 속에서 편지 한 장을 준다. 가정통신문인 줄 알고 열어보았더니 뜻밖의 선생님 편지였다.

<편지내용>

재경이 어머님께

안녕하세요. 어머님, 일단 어렵게 글을 쓰셨을 텐데 저에게까지 선물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 축하합니다. 재경이가 무척 자랑스러워하네요. 아이들에게 ‘아메리카노’를 읽어주었어요. 짧은 글이지만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동안 저도 또한 엄마라는 이름으로 많은 걸 내려놓고 살아온 날들이 떠올라 마음이 찡~ 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저도 아메리카노를 한 잔 하며 또 다른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훌륭하진 엄마이자 작가이신 재경이 어머님을 미약하나마나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내 글 한편을 읽어주었단다. 역시 선생님은 남다르다. 글에 대해 공감을 해주시고 감사의 답장 편지도 써주셨다. 내게 또 아이에게 용기를 주 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동안 다문화가족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따돌림은 당하지 않을가 여러 방면에서 걱정이 되었다. 센스가 넘치는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 모든 것이 글공부 하러 다니면서부터 나를 변화시켜 가고 있다. 너무 뿌듯하다. 열심히 배워서 우리 아이들한테 “엄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당당하게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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