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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수상작]

나는 오늘도 걷고 있습니다.

글쓴이 : togetherday 날짜 : 2015-05-27 (수) 23:30 조회 : 3475

나는 오늘도 걷고 있습니다.   

행자부-011
배은하  

안녕하세요!
 2010년에 베트남에서 아름다운 섬 제주도로 시집 온 배은하입니다.
 저는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남자랑 결혼했고, 어느새 한국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5년이란 기간은 저를 많이 성장하게 했고, 많은 경험과 생각, 추억들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저는 수없이 많이 좌절했고,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과연 내가 이 자본주의 한국사회에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수없이 괴롭고 외로웠습니다.
 한국생활은 시작부터가 저에게 큰 도전이었고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제가 베트남에서 생각했던 것과 모든 것이 너무 많이 달랐고 한국에 대해서 문화나 풍습, 언어 등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남편에게 제대로 표현할 할 수 없어서 울고 싶을 때가 정말 많았습니다. 외로운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서 눈물만 흘리며 불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이 속상할까봐 친정집에 전화를 할 때는 행복한 것처럼 거짓으로 말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고 베트남에 다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속에는 아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한국이 내 삶의 터전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마음을 먹었습니다. 우선 용기를 내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다문화가정센터를 찾아가서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말을 배우면서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한국문화, 풍습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부른 배를 안고 열심히 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다보니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한국말로 남편과 시댁 식구들과도 조금씩 의사소통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한국생활이 점차 흥미롭다는 생각도 들고 조금씩 적응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딸이 3살이 되자 어린이집에 보내고 제가 한국어 공부했던 다문화가정센터에 취직했습니다. 모든 업무들이 다 컴퓨터로 처리해야 했지만 베트남에서는 컴퓨터를 배워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컴퓨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한국말은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소통만 가능한 정도라 사무실 업무에 필요한 한국말도 배우랴, 컴퓨터까지 배우려니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이런 사무직 일을 하려면 컴퓨터를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결심하고 컴퓨터 기초부터 공부했습니다. 일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타자연습부터 시작해 문서작성까지 틈틈이 하다 보니 나중엔 타자속도도 빨라지고 문서작성도 제법 잘한다는 소리를 주위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ITQ 국가공인시험에서 당당히 자격증을 네 개나 딸 수 있었고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제가 다문화센터에서 하는 일은 법무부에서 주관한 사회통합프로그램인데 지금 3년 째 담당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참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른 센터의 담당선생님은 모두 다 한국분인데 저만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과연 내가 이 업무를 잘할 수 있을까? 또 친구들한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하다보니까 이제는 이 일도 익숙하게 잘하고 있습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들에게 왜 한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최선을 다해 전달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했더니 많은 친구들이 이해하고 참여를 했습니다. 또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국국적을 취득하는 친구들도 늘어나고 한국사회와 문화도 이해할 수 있다며 고맙다는 얘기를 들을 때면 내가 하는 일에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매달 한 번씩 요양원이나 양로원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청소도 해드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발도 씻겨 드리고, 맛사지도 해드리고, 미숙하지만 그 동안에 센터에서 배운 난타와 밴드, 노래 실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을 베트남에 계신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처럼 생각하면서 이야기 나누면 너무도 좋아하십니다. 베트남에서는 못 해본 이런 봉사를 다녀올 때마다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제 자신이 뿌듯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문화센터가 있었기 때문이고, 센터장님을 비롯해서 사무처장님, 한국어선생님의 도움 덕분입니다. 저에게 공부할 기회를 많이 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센터가 많이 발전하고 좋은 일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한국 사람처럼 아주 능숙하지는 않지만, 항상 저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또한 센터에 일하다보면 다양한 배움의 기회도 얻게 되고, 여러 나라 친구도 만날 수 있으며, 특히 베트남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때 베트남 친구들이 나에게 통역을 부탁합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남편과 의사소통 때문에 통역을 부탁하고, 친구들이 센터에 올 수 없을 때는 전화로 통역 도움을 원하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조금만 시간을 내면 다른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저는 힘들어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언제 어디서든지 전화로 도와달라고 하면 내 마음의 최선 다하여 도우려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서로 웃음으로 이야기가 끝날 때도 많지만, 같이 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겪었던 어려움과 고통을 똑같이 겪는 친구를 보면 같이 아픔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알려 주었습니다. 어려움이 생겨도 한 계단씩 극복하면 꼭 좋은 날과 행복한 날이 우리한테 찾아 올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한국에 살려고 왔으니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고 함께 다짐합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울고 싶으면 언제든지 크게 속 시원하게 우는 것도 좋습니다. 살아있다, 살고 싶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대신 울 때 한쪽 눈만 감고, 한쪽 눈을 떠야합니다. 감은 눈으로 힘들었던 과거는 묻어두고, 뜨고 있는 눈으로 앞으로 살아갈 길을 찾고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행복이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한국 생활 6년차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한국어 공부하여 한국어토픽시험 자젹증 4급 땄고, 컴퓨터, 운전면허증 취득, 문화관광통역사과정을 이수하였습니다. 관광통역사 교육에서 배운 실력으로 가끔 베트남 손님들을 모시고 제주도 유명 관광지를 안내해드리고 유명한 음식도 소개해드렸을 때 그 분들이 저에게 너무 대단하다고 칭찬하면서 베트남을 대표하는 민간외교관 같다고 해서 저도 참 뿌듯했습니다. 5년 전 한국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었던 제가 지금은 단계적으로 제 자신을 채울 수 있는 기회들을 잘 잡아 배움의 기쁨, 일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쁨 등을 알게 되어 크나큰 행운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5년 만에 제 뱃속에는 둘째가 자라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의 가장 큰 기쁨은 엄마가 되는 것일 것입니다. 그 기쁨이 또 나에게 왔습니다. 의사에게서 임신소식을 듣는 순간 너무 기쁘고 행복하였습니다. 출산 예정이 2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둘째딸을 만날 날을 기다리는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한 미래를 향해 오늘 하루도 열심히 걷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내 목표, 꿈,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검정고시 시험도 보고, 나라에서 인정해주는 관광가이드 자격증에도 도전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 두 딸들에게 두 나라를 가슴에 품은 꿈 많은 아이들로 자라게 해서 베트남과 한국을 대표하는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게 제 꿈입니다. 그리고 제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제결혼을 한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씩씩하게 살고 있는 걸보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던 것을 확신합니다. 항상 제 옆에서 도와주고 응원해주시는 시부모님께 감사드리고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저의 든든한 기둥이자 힘과 희망을 심어주는 남편과 딸, 고맙고 사랑합니다.
 제가 모든 결혼이주여성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날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펼칠 준비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악조건과 슬픔과 고통과 좌절을 모두 한데 담아 싹싹 비비고 숙성시켜 더 높게 더 멀리 더 멋지게 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희망을 품고 훨훨 날아보세요. 기회는 항상 준비되는 자에게 다가오는 법이고,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며, 행복은 또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잊다는 것을 잊지말고 우리 함께 손잡고 오늘도 나는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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