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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수상작]

외국인근로자 고용, 이것만 알면 OK!

글쓴이 : togetherday 날짜 : 2015-05-27 (수) 23:26 조회 : 3297

 외국인근로자 고용, 이것만 알면 OK!                            

행자부-022
 황유진

 

“여기,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에 스리랑카어 통역하시는 분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아침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사장님 한 분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아침 일찍부터 센터에 온 것을 보니, 뭔가 급한 일이 있나보다.  
 “예, 제가 스리랑카 통역입니다만...”
 “아, 그러시군요, 저는 00산업이라는 회사 사장입니다. 스리랑카 통역이 긴급히 필요해서 이렇게 센터까지 찾아왔습니다.”
 “예, 어떤 내용을 통역해 드리면 될까요?”
 “야, 너 이리 좀 와봐, 빨리”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사장님은 어떤 근로자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러자 저쪽에서 머뭇거리던 스리랑카 근로자 한 명이 잔뜩 겁을 먹은 얼굴로 내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이 친구가 우리 회사에 얼마 전에 들어온 스리랑카 근로자인데요, 그런데 이 놈이 일을 너무 못해요, 매일 불량만 내구요... 아, 그리고 정말 한국말도 못하고 일도 이렇게 못하는 근로자들을 입국시켜도 되는 겁니까? 좀 제대로 된 얘들을 받아야죠... 뭔 말을 알아먹어야 일을 시켜먹지, 이래가지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사업을 해 먹겠습니까? 그리고 이 놈이 자꾸 다른 회사로 보내달라고 하는데, 이딴 식으로 할 거면 당장 스리랑카로 돌아가라고 통역 좀 해 주세요.”  
 사장님이 걸쭉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동안, 그 옆의 스리랑카 근로자는 불안한 모습으로 나와 눈 마주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나는 스리랑카 근로자에게 이름과 나이 등을 물어보았다. 스리랑카 근로자의 이름은 ‘차민다’였고 나이는 28세였다. 나는 사장님의 말을 전달하기 전에, 다른 회사에 가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차민다가 다른 회사로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이 힘들고 월급이 적다는 것이었다. 또, 회사에서 제공하는 한국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회사에 가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차민다는 사장님을 설득해서 다른 회사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오히려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양쪽의 의견이 너무 달랐다. 쉽게 끝날 통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센터에 내방한 다른 외국인근로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별도의 심층상담실로 자리를 옮겨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리를 옮긴 후, 몇 번의 통역과 중재 끝에 사장님과 차민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 합의란, 1년간 차민다가 태업하거나 불량을 내지 않고, 일을 잘하면 사장님이 차민다의 이직을 허락해 준다는 것이었다. 또한 차민다가 불만을 가졌던 음식문제에 대해서는, 평일에는 한국음식을 먹되,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차민다가 회사 식당을 이용하여 스리랑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에 사장님이 동의해 주었다.
 양쪽의 대화와 통역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사장님이 불쑥 화제를 전환했다.
 “차민다, 너 한국말 어떻게 할꺼야? 한국말 모르면 한국에서 일 못해, 알아? 앞으로 딱 한 달 준다. 열심히 공부해서 나와 관리자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어라”
 차민다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말문도 막혔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빠른 기간 내에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이 점을 망각하고 그저 ‘빨리’만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사장님은 1개월만 공부하고 외국어를 능숙하게 하실 수 있나요?”
 생각지도 못한 나의 역공에 사장님은 다소 당황하였다.
 “사장님, 외국인근로자들과 대화할 때에는 말을 조금 천천히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문장으로 대화하려고 하지 말고, 조사와 서술어를 생략하고 단어와 손짓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셔야 합니다.”
 외국어를 공부하며 외국인과 대화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외국인들이 말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을... 자신들은 일상적인 속도로 말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외국어를 듣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느껴진다. 그런데 상대방이 말을 조금 천천히 하면서 단어 별로 끊어서 말해주면 말을 알아듣기가 쉬워진다. 이것에 대해서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외국인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몇 가지 한국어 단어로 차민다와 간단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시범을 보여 주자, 사장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 주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이내 자세를 가다듬고 다소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 단어고 문장이고 나발이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로마에 가서 로마법 나 몰라라 할꺼야? 쟤들이 우리한테 맞춰야지, 우리가 왜 쟤들한테 맞춰?”
 맞는 말이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대로 내가 물러서면, 차민다가 회사로 돌아가서 언어 문제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지만, 로마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로마 문화를 알아야 해요. 그래야 제대로 부려먹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사장님이 스리랑카 말을 조금만 공부해 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지금 몇 마디 가르쳐 드릴께요.”
 “예끼, 이 사람아, 영어도 모르는 내가 스리랑카 말을 어떻게 공부해.”
 “아니요, 정식으로 공부하라는 말이 아니고, 몇 마디 중요한 단어와 간단한 문장만 외워서 사용해 보시라는 거죠”
 난 사장님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들을 스리랑카 언어로 번역한 후, 이를 다시 한글 발음으로 옮겨 적어 사장님에게 드렸다. 이를 보고 사장님이 장난스럽게 몇 마디 따라 읽자, 차민다의 표정이 환해졌다. 차민다의 웃는 모습에 사장님은 재미가 있었는지, 내가 적어준 단어 몇 개를 더 읽었다. 이 모습을 보며 난 차민다가 이 회사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몇 개월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일이 내 기억에서 사라진 어느 날,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천안외국인력지원센터 스리랑카 통역입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00산업입니다. 기억나세요? 스리랑카 근로자 차민다하고 같이 센터에 방문했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와 억양이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했다.
 “아, 기억납니다. 그 때 ‘차민다’라는 스리랑카 친구하고 같이 왔었죠?
 난 내심 불안했다. ‘차민다가 또 무슨 사고라도 친 것은 아닐까...’
 “다른 게 아니고, 거... 체류기간 연장하려면 어떻게 하죠? 차민다가 다음 달에 체류기간이 만료되는데 2년 더 연장하려고 합니다.”
 2년 더 연장하려고 한다는 사장님 말에, 나는 의아해하며 사장님에게 물어보았다.
 “차민다 그 친구, 그 때 1년 근무하고 퇴사하기로 사장님과 합의하지 않았나요?”
 “그랬는데, 나도 이 친구 보내기 싫고, 이 친구도 우리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어, 월급도 올려주기로 하고...”
 그 때 그 일이 벌써 1년이 된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차민다가 계속 근무하기로 했다는 것이 더욱 놀라왔다. 난 다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사장님에게 또 물어보았다.
 “차민다가 일은 잘 하나요?”
 “당연하지, 우리 차민다는 내가 한국 사람 10명하고도 안 바꿔”
 사장님의 멋진 대답에 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체류기간 연장 절차와 필요 서류들에 대한 나의 간단한 안내가 끝나자마자, 사장님이 잠시 말을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다.
 “거, 스리랑카 문장과 단어들을 한글로 조금 더 적어주면 좋겠는데... 내가 요즘 차민다에게 스리랑카 말로 하고 싶은 말들이 더 있어서...”
 “얼마든지 해 드릴 수 있죠, 그런데, 아직 차민다가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나요?”
 “아니, 그 반대에요, 요새는 나하고 한국말로 농담 따먹기도 한다니까... 이 녀석 말빨에 내가 당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나도 스리랑카 말로 몇 마디 농담 좀 해 보려고...
 “아, 그래요, 제가 이번에는 아주 재미있는 스리랑카 말들을 알려드리죠, 언제 한 번 저희 센터에 꼭 들리시죠.”
 “예, 꼭 들르죠... 그런데 예전에 통역 선생님이 나에게 가르쳐 준 거, 효과가 있기는 있더라구... 천천히 말하니까 차민다가 다 알아듣더라구... 거기다가 가끔 내가 스리랑카 말도 섞어서 말해 주니까 차민다가 아주 신나서 일을 하더라구요, 내가 스리랑카 말을 조금 하니까 이 친구도 한국말을 빨리 배우는 것 같아, 아무튼 제가 센터에 가면, 통역 선생님 저녁 식사나 함께 하시죠?”
 “그럼요, 제가 잘 아는 스리랑카 식당이 있는데, 사장님은 괜챦으세요?”
 “좋죠, 차민다가 요리하는 것을 주말에 가끔 같이 먹곤 하는데 아주 맛있더라구.”
 며칠 후, 난 차민다 덕택에 훌륭한 저녁 식사를 대접받을 수 있었다. 저녁 식사가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난 그 날 사장님에게 많은 스리랑카 단어와 문장들을 적어주어야 했으니까... 특별 과외를 했다고나 할까?
 
 ‘외국인근로자들과 이야기 할 때는, 아주 천천히 말하기.’
 ‘외국인근로자들 출신 국가의 언어를 조금만 공부해서 직접 말해보기.’
 이 두 가지는 외국인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장님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항상 권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현장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실천해 본 사장님들은 그 효과를 알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으로부터 배려받기를 원한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우리가 외국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이러한 작은 배려를 실천할 때, 다문화 사회는 아름답고 풍성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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