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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는 한국!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3-26 (목) 23:04 조회 : 1283


내가 그리는 한국!

 

  한국에 유학 온 것은 두말 할 나위 없이 한국어 교수가 되고 싶은 나의 뜨거운 꿈에 한 발 더 다가서게 해주었다. 이 땅에 첫 발을 내딛기 전에 내 머릿속에 그려진 한국이라는 그림은 민족의 얼이 담긴 무궁화, 휘날리는 태극기, 아리랑 그리고 화려한 한복이었다. 그러나 이곳의 생활에 녹아보니 실제 한국은 내가 그려봤던 그림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국은 수줍은 처녀처럼 제일 예쁜 옷으로 갈아입는다. 나는 이 ‘처녀’를 한번 그려보려고 한다. 한국의 봄옷은 수많은 꽃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참으로 향긋하고 화사하기 그지없다. 먼저 노란 색 꽃을 피우는 산수유, 산을 온통 분홍빛 세상으로 만드는 진달래, 은근한 향이 나는 자주색 목련, 그리고 봄 향기가 물씬 풍기는 벚꽃 등 모두가 봄의 전령이다. 제 각각의 멋과 향을 가득 품은 봄꽃에 한번 취해본 사람이라면 오래 오래 그 기억과 함께 갈 것이다. 여름이 되면 한국은 무성한 나뭇잎으로 짠 다채로운 초록색 옷으로 변신한다. 그러다가 가을이 다가올 무렵 울긋불긋하게 든 단풍이 그 ‘처녀’의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쌀쌀한 가을철이 지나가면 겨울이 서서히 찾아온다. 이때 이곳의 모든 게 하나같이 하얘진다. 눈! 눈이 왔기 때문이다. 마치 자연이 눈이라는 특별한 털실로 희고 부드러운 외투를 뜨고 한국이라는 처녀에게 입혀준 것만 같다. 이처럼 뚜렷한 사계절의 멋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이 땅, 한국이 아닌가 싶다.
  이 뿐만 아니라 여기서 각양각색의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한국의 또 다른 면모를 하나하나씩 발견해 낼 수 있다. 작년 여름 방학이었다. 외국친구와 같이 팀을 꾸려 대구대학교에서 개최한 2012년 외국인 독도사랑 말하기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국적이 다른 12팀의 외국인 학생들은 독도가 한국 땅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하면서 ‘내 이름은 독도’, ‘독도는 누구의 땅인가?’, ‘독도-세상을 향한 날갯짓’ 등 다양한 주제로 저마다의 생각을 드러냈다. 우리 팀은 ‘시로 보는 울릉도와 독도’라는 주제를 잡아 시를 통하여 아름다운 울릉도와 꿈과 희망의 상징인 독도를 소개하였다. ‘너는 사랑이다/ 너는 우리의 꿈과 희망이다/ 너는 외롭지 않다/ 네 곁에 내가 있고/ 조국의 뜨거운 가슴이 있다/ 동해바다 푸른 물결/ 힘차게 가르자/ 사랑하는 독도여!/ 거친 파도를 타고 동해바다/ 끝까지 달려 나가자’ 내가 좋아하는 장수남 시인의 ‘독도, 사랑’이라는 시다. 한국인들이 독도를 친근하게 ‘막내 땅’이라고 부른다. 여러 편의 시를 읽어보니 한국은 이 막내를 얼마나 예뻐하고 사랑하는지 짐작이 간다.
  대회가 끝난 다음에 우리 일행은 울릉도, 독도 탐방 길에 나섰다. 철썩철썩 파도, 시원한 바닷바람, 자욱한 안개의 나리분지, 봉래 폭포, 인상 깊은 너와집 등 모두가 한 폭의 우아한 풍경화를 연상케 하였다. 그칠 줄 모르는 비 때문에 독도방문은 못하게 되었지만 한국의 유일한 영토박물관인 ‘독도박물관’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 더군다나 울릉도의 다섯 가지의 미(美)인 쫄깃한 호박엿, 홍합 밥, 산채 비빔밥, 오징어 그리고 울릉약소를 맛볼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난 시험에 붙으라고 호박엿 5 봉지나 사온 기억도 떠오른다.
  삼봉도를 형상화한 독도박물관은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줬다. 독도가 한국의 땅이라는 것을. 그곳엔 (1530년), (1592년), (1785년) 등과 같은 값진 역사적 자료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이러한 귀중한 자료들은 한국 사람에게 조국의 영토의식과 민족정신을 고취할 뿐더러 외국인한테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사실까지 알리는 데 요긴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나의 조국인 베트남은 남중국해에 위치한 스프래틀리 군도 (쯔엉사 군도-베트남 명) 영유권 문제 때문에 다른 나라와 긴장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득 베트남에도 한국과 같은 영토박물관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으면서 돌아왔다. ‘너는 사랑이다/ 너는 우리의 꿈과 희망이다…/’독도 사랑 시가 그곳의 파도처럼 내 머릿속에 철썩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제 그림 속의 주인공인 한국이라는 ‘처녀’의 마음을 한번 그려보는 게 어떨까?”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인 만큼, 무엇보다도 한국 문화와 한국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말로만 들었던 한국인의 정(情)이 무엇인지 실감할 기회가 있었다. 친구와 함께 문학관, 문화관을 위주로 국내 여행 코스를 짜고 지난 1월에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아름다운 동행-테마여행’프로그램에 참가하여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우리는 민족시인 신동엽 문학관, 소담한 이야기의 공간인 최명희 문학관, 남원시에 위치한 혼불 문학관하고 조정래 작가의 흔적을 보여주는 태백산맥 문학관 그리고 세월에 바랜 가사와 만나게 해주는 담양 가사 문학관을 방문하였다. 이외에도 1400년 전 백제문화단지에 찾아가 1400년 전 문화대국이었던 백제와 소통할 수 있었으며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통문화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그 중에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혼불문학관이었다.
  혼불문학관에 가는 버스를 탈 때 흰색 한복을 입고 갓을 쓰신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보면서 빙그레 웃어주셨다. 그의 친절함에 우리도 웃으면서 인사하였다. 한 30분 동안 같이 타신 할아버지는 한국 문화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는 평소에도 한복을 입고 다닌다고 말씀하셨다. 참 신기했다. 우리 나라에서 할아버지처럼 평상시 전통의상을 입고 버스 타고 다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빡빡한 현대 생활 속에서 이처럼 민족의 고유문화를 간직하고 그것에 대하여 자긍심을 가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할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사람의 제일 좋은 것은 웃음이라고. 그래서인지 그는 늘 웃음을 머금으면서 다니시는 것 같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교수님, 친구들로부터 한국 사람의 정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지만, 이번 여행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따스한 정을 받은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것은 우리의 유학 생활에 참으로 값진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 따뜻한 분들은 노봉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장동기 이모였다. 혼불문학관을 방문할 때의 일이었다. 문학관을 방문한 후 점심시간이 다 되어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곳 근처에 편의점이나 식당의 흔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가 마을로 내려가 노봉회관 앞에서 멈추고 할머니께 식당 같은 거 있느냐고 여쭤봤더니 할머니의 대답은 여긴 식당이 없다, 점심 먹었느냐고 하시면서 안으로 들어와라, 밥을 해주겠다고 하였다.
  장동기 이모와 할머니들이 잽싸게 밥상을 차려주셨다. 우린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여러 가지 밑반찬, 고기, 그리고 그분들은 직접 끓여주신 남원의 특산물 추어탕을 쳐다봤다. 한국에 와서 추어탕을 많이 먹어봤는데 노봉마을 할머니들께서 몸소 끓여주신 추어탕 맛이 제일 맛있고 색달랐다. 할머니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라고나 할까. 추어탕은 그들의 마음까지 담아서 그런 것 같다. 소주와 후식까지, 이러한 후한 접대를 받은 뒤에 우리가 감사의 마음으로 할머니들을 안아드리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순간 고향에 계신 우리 할머니의 손길이 무지 그리웠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절로 따뜻해졌다.
  장동기 이모는 노봉 마을은 혼불 소설의 무대라는 것을 다시 설명해줬다. 그리고도 더 재미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소설 속의 단어들은 마을 사람들이 평상시 하는 말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인데, 그러한 말들을 말하는 것은 쉽고 자연스럽지만 글로 읽을 때 그렇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고 하였다. 역시 은 눈으로 읽는 작품이 아니라 소리를 내어 리듬을 타는 것처럼 읽는 특이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질 시간이 다 되어 할머니들의 마지막 인사는 봄에 꽃 보러 와라, 라는 것이었다. 날씨가 몹시 춥지만 그날따라 우리는 봄날의 햇살과 같은 마음으로 노봉마을을 떠났다.
  나는 이처럼 어디 가든 나를 맞이해주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는 한국이 참 좋다.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한 나라의 문화에 대하여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다. 그래야 한국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내게 이 국내 여행은 정말 천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책과 수업시간에만 이야기를 들었던 작품과 작가들과 직접 만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한국은 한마디로 매우 매력적인 ‘처녀’다. 외모가 예쁠 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너그럽고 고운 처녀! 그러나 아직도 그 처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해서인지 나의 그림은 아직도 미완성 작품이다. 그래서 남은 한국생활 동안 숨어 있는 그의 매력을 찾아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이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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