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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_이제는 저도 어엿한 한국 고등학생입니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3-26 (목) 23:00 조회 : 1137


이제는 저도 어엿한 한국 고등학생입니다 - Baatartsogt Tsogtsaikhan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던 작년 이맘때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날개 너머 보이던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은 저를 어서 오라고 환영해 주는 듯 했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새로이 삶을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떨림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웠습니다.
 한국으로 향하기 세 달 전까지만 해도, 저는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정확히 모르던 몽골의 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몽골항공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오시던 아버지가 한국의 인천공항 지사로 갑작스레 발령이 나시는 바람에 저희 가족의 한국행은 자연스레 결정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한국으로 건너가는 것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고, 게다가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 하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 공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민하던 제게 아버지는 ‘외국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세계적 안목을 갖추는 것은 네가 외교관이라는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이 기회를 통해 외교관이라는 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기회가 없어 유학을 가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이런 기회를 버린다면 미래에 너무나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오랜 생각 끝에 한국행을 결정하게 되었고, 이렇게 대한민국·인천에서의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 세 달 동안 열심히 한국 문화와 한국어 공부를 하긴 했지만,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다가온 실제 한국의 모습은 제게 많은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특히 몽골과 한국의 생활 모습이 그리 많이 차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이 상당히 개발되어 있었던 모습에 놀랐습니다. 또한 맥도날드를 포함해 제가 좋아하는 서양의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즐비한 것을 보고, 제가 지금까지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막 시작된 한국에서의 생활을 즐기던 것도 잠시, 아버지께서는 제가 공항 옆에 위치한 ‘인천국제고등학교’에 입학할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국 스타일에 푹 빠져 있었던 저는 그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펼쳐질 학교생활이 그 동안의 몽골에서의 생활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등교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Glee’나 ‘Gossip Girl’ 과 같은 미국 드라마에서만 보던 학교생활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 고등학생의 삶은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침 7시에 등교하여 오후 2시 30분에 하교하는 몽골과는 달리,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공부하는 한국 고등학교의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입학하게 된 인천국제고등학교는 기숙사 생활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자유분방한 몽골에서 자라온 저는 한국 고등학교의 딱딱한 문화와 마주치자마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곳의 친구들은 이러한 스케줄 속에서 공부만 하며 살아가는지 진심으로 궁금했습니다.
 학교의 시스템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도 절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한국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모습은 옛날의 몽골 친구들보다 정이 없고, 서로간의 배신을 잘 하고, 너무나 경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제 한국어 실력은 그 때까지만 해도 매우 부족했기에,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학교의 정식 일과가 끝난 밤에 친구들 네 명 정도가 모여 몰래 컴퓨터실에 들어가서 게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 그 사실이 선생님들께 적발되자 친구들은 한국어에 서투른 저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해 나갔습니다. 아무리 한국어를 잘 못한다지만 어떻게 이런 장난까지 칠 수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저는 하루하루 지쳐가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러한 저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같은 반의 ‘박정우’라는 친구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그 친구가 농구라는 스포츠를 추천해 주어 같이 하게 되었고, 농구 실력을 키워가는 재미로 학교생활을 보냈습니다. 몽골에서는 운동을 많이 안 했고, 특히 농구는 접해본 적도 없었기에 처음에는 제가 잘 하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제 농구 실력에 한국 친구들은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몽골인의 특성상 한국인들보다 뼈가 굵고 체격이 큰 것이 친구들보다 농구를 잘 하게 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농구’라는 제 특기가 생기다 보니, 슬슬 주변에서 저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학교 구석을 서성거렸던 제가 드디어 체육관 중앙에서 한국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기 시작했고, 이렇게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자 한국어 실력도 자연스레 늘게 되었습니다. 한국어 실력이 늘게 되자, 그동안 제가 친구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제 마음을 다치게 하려는 의도로 말을 한 것이 아닌데, 제가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상처받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친구들과의 좋은 관계를 되찾고 나니, 학교생활이 하루하루 재미있어졌습니다. 특히, 나날이 늘어가는 제 한국어 실력을 확인하는 것은 지금도 큰 즐거움입니다. 한국에 처음 올 때만 해도 공항 입국 신고서에 있는 간단한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한글을 이용해 컴퓨터로 이렇게 긴 글을 써 내려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한국어 문법이 너무 어려워서 ‘한국어 공부를 포기하고 그냥 영어만 열심히 공부할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요즈음 제가 쓰는 글을 보며 ‘한국인이 쓴 건지 외국인이 쓴 건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잘 쓴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의 말을 들을 때 마다 한국어를 계속 공부해 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월말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능력시험에 참가해 제 실력을 확인해 보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이 학교에서는 다른 학문들도 높은 수준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가 입학한 ‘인천국제고등학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시험을 보고 합격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특별한 학교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선생님들이 큰 학위를 갖고 계시고, 수준 높은 국제적 학문들을 가르칠 수 있는 외국인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느끼는 사실이지만, 제가 한국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좋은 학교에서, 좋은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운인 것 같습니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한국 친구들의 훌륭한 노력 정신은 정말 본받을 만 했습니다. 저는 몽골에서 높은 학교 성적을 유지하던 스스로의 위치에 만족하며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살았던 반면에, 이곳의 친구들은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저와 몽골에 있는 제 조국의 친구들이 더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10대의 시간을 기숙사에 갇혀 공부만 하며 보내는 이 친구들의 모습이 100% 좋은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정확한 꿈을 갖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한국에 온지 어느덧 일 년이 넘은 지금, 저도 이제는 한국 고등학생이 다 되었습니다. 밥을 먹을 땐 저도 모르게 김치에 손이 가고, 영어보다 한국어로 숙제를 하는 것이 편하고, 국제정치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독도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보는 그런 ‘한국 고등학생’ 말입니다. 처음에는 부정적으로만 생각되었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고, 이곳에서의 매일 매일의 삶이 정말 행복합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청소년 여러분! 한국에서, 이곳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미래 사회의 주역이 될 준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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