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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_한국의 덤 문화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3-26 (목) 22:55 조회 : 1338


한국의 덤 문화  - 진란지

 

지난 20년 동안 나는 오직 나만을 위해서 살았다. 누구한테 베풀고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에게 눈길을 준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사치스러운 일로 여겨졌다. 나라는 몽뚱아리 하나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데 누구를 도와주고 손을 내민단 말인가? 특히 먹는 것을 나누어준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내 밥그릇을 챙겨야 난 굶어죽지 않을 것이며 낯선 곳에서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이기적인 생각은 점점 변해가고 있다. 정 많고 나눔이 풍부한 한국에서 4년 가까이 살다보니 나의 지난 시간이 부끄럽게 여겨지고 이기적인 나의 생각에 반성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한국의 문화를 한마디로 설명해줄 것을 요구하면 난 서슴없이 "덤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한국이라고 할 것이다. 외국인에게는 낯설기만 한 "덤 문화"이다. "덤"그것이 나의 유학생활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며 왜 "덤"이라는 그 단어에 나는 한국을 떠날 수 없데 되었으며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 변하게 되었을까?
덤의 사전적 의미는 제 값어치 외에 거저로 조금 더 얹어 주는 일, 또는 그런 물건을 말한다. 외국인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면 물건을 살 때 산양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자취하게 된 곳이 재래시장 앞에 위치한 곳이라 나는 먹을거리는 마트대신 모두 재래시장에서 해결하곤 했다. 그러한 기회가 나에게는 한국을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 덕분에 나는 몸소 한국 사람들의 정을 가슴 깊이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정찰제인 마트대신 재래시장의 미덕을 직접 오랫동안 체험한 나로서는 "덤 문화"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마트에 가면 자기가 사고 싶은 물건을 챙겨 계산대에서 계산하면 되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서로 가격을 흥정하고 어떤 물건이 좋은 건지 물어보고 이렇게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정이 싹이 틔어 간다. 처음에는 흥정하는 것이 낯설기만 하였는데 어느새 한국인보다 더 흥정을 잘하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되었다.
 
처음에 한국 왔을 때 어눌한 말투로 가격을 물어보면 판매하시는 아주머니는
  하시면서 가격도 낮춰주고 덤으로 귤이라도 넣어주셨다.
또 야채 사러 가면 가지사면 고추 몇 개 덤으로 넣어주시고 단가가 비쌀 때면 마늘 몇 개라도 넣어주셨다. 반찬 할 때 마늘은 꼭 넣어야 맛이 난다면서 어린 나이에 혼자 반찬 해먹는 게 기특하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또 재래시장에서 먹는 파전, 떡볶이 등 음식은 가게에서 먹는 것 보다 훨씬 양도 많고 맛있다. 똑같은 돈을 내고 훨씬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재래시장만큼 좋은 곳 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에서는 1인분이 규정되어있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인품 좋은 아주머니들이 < 학생 더 먹어...>하시면서 덤으로 더 담아주신다. 파전 사면 어묵도 주고 떡볶이 사면 튀김도 넣어주시곤 한다. 그렇게 가게에서 한 가지 음식만 맛 볼 수 있는 돈으로 여러 가지 음식으로 배불리 먹고 집에 돌아 올 때면 역시 한국은 정이 많은 나라야 하고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한국도 중국에서 분명히 조선족이면서 조선말은 한마디도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덤 문화"도 한국의 아름다운 미덕중에 하나인데 이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론 북적한곳이 싫은 사람에게는 마트가 편할지 모르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덕담을 주고받고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마트만큼 좋은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대화를 하다보면 재래시장에 다니는 내 자신이 조금은 이상하게 비춰 질 가봐 두려울 때가 있다. 왜 그렇게 복잡하고 위생상태도 좋지 않은 재래시장에 가냐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재래시장에 가보긴 가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재래시장은 복잡한 것이 매력적이고 위생 상태는 너무 많은 상인들이 밀집되어 있다 보니 마트보다는 조금 떨어 질 수 있어도 그 또한 사람이 소박함을 느끼고 인간의 손때가 묻어 있어 사람의 냄새가 나고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얼마 전부터 국회의원 선거나 각 지방 시장을 선거할 때면 재래시장을 활성화 시키는 방안을 많이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재래시장은 여전히 사람들 머릿속에서 잊혀져가는 추세이다. 불과 3년 전에 한국에 와서 내가 느낀 정이 이 정도인데 예전에는 이것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었을 텐데 안타깝다는 말 밖에 이 현실을 표현할 수가 없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뜻이 있다. 수많은 세월 속에서 사람의 인정도 변하면서 재래시장에서도 예전과 같은 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또 십년이 지나 또 한 번의 강산이 변하면 예전처럼 북적거리는 재래시장이 되어 있지 않을 가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주위의 유학생들에게 한국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김치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정을 꼽는다. 한국에 정착하고 살게 되는 가장 많은 이중에 하나도 사람들의 정이 좋아서란다. 나는 그 정을 느낄 수 있고 중에 하나가 재래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 재래시장 속에서 빛나는 "덤의 문화"는 우리를 재래시장으로 끌어당기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팽이처럼 돌아치는 일상 속에서 마음 편하게 쉬어가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려 갈 수 있는 곳이다. 난 지난 4년 동안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재래시장을 통해 수많은 것을 느끼고 그에 감동하게 되었다.
이제 6월이 되면 나의 유학생활은 만 4년이 될 것이며 12월이면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즉 난 졸업을 하게 된다. 처음에 유학생활을 시작하였을 때에는 나는 졸업하면 바로 한국을 뜰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곧 나의 유학생활이 막이 내릴 즘 나는 이젠 이곳을 떠나기 아쉬워하는 이곳에 머무를 이유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고향에 돌아가서 대학원에 다니거나 취직을 권유하는 부모님의 의견에도 난 꿋꿋이 한국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어느덧 한국인들의 가슴 따뜻한 정이 나의 가슴을 온통 따뜻함으로 물들여주었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던 나에게 나눔의 기쁨을 선물해 주었다. 주말이면 외국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다문화 센터에서 애들에게 공부를 배워주고 어느새 나의 삶에 깊게 침투해 있는 이들과의 정을 나는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얼룩진 나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고 외국에서의 방황을 정으로 보듬어준 이 곳, 한국을 난 쉽게 떠날 수가 없게 되었다.
하나를 건네주면 그게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해준 한국, 그 속에는 영원히 변치 않을 한국인들이 전해주는 따뜻한 마음 "덤 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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