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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_"태권도 어렵지 않아요~"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3-26 (목) 22:48 조회 : 1326


"태권도 어렵지 않아요~" - Kuhatong Yaowarate

 

 “빨리 와~. 빨리해.”
 정말 친숙한 말입니다. 너도 나도 밥 먹듯이 많이 쓰는 말이니까요.
 “빨리 먹어, 빨리 가.” 그리고 “바빠요.”라는 말.

 저는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말들을 제일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은 참 바쁘구나. 그래서 저렇게 빨리 빨리란 말을 입에 붙이고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하철을 탔을 때는 더더욱, “한국 사람들은 진짜 빠르다!” 라고 느꼈습니다. 그 좁은 공간 속에서도 사람들이 걸어가는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사람들은 무척 빨랐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면들이 저에게 큰 짐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에 오기 전에 태국에서 살 때는 한국인들을 별로 만날 수도 없었고, 한국 드라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생활과 한국의 문화도 모르고 지금의 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빨리 빨리’ 라는 말이 일상적인 한국 사회에서 한국의 언어, 생활습관, 날씨 그 어느 것에도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 결혼생활은 더더욱 힘든 시작이었습니다. 더구나, 남편의 병환으로 어린 딸도 태국 친정으로 보내고 간병을 해야 했기에 하루하루가 저에겐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고, 어느 새 저도 모르게 “빨리 빨리”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 딸에게도“빨리 일어나! 빨리 밥 먹어! 빨리 심부름 다녀와!..”이런 말을 하루에 스무 번도 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이젠 한국 사람이 다 됐나봅니다. ‘빨리’ 라는 말이 너무 좋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빨리 시작하지 않아서 조금 후회되는 일이 있습니다. “한국에 온지 10년이 지났는데 왜 내가 1년이라도 빨리 그것을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할 때마다 ‘에효 에효’ 하면서 후회가 됩니다. 그것은 바로 “태권도 배우기” 입니다. 태권도 배우기를 2011년 3월부터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이게 너무 좋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왜 태권도를 조금 더 빨리 배우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저에게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태권도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는 태국 친구를 만나서 반갑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땀도 흘리면서 “얍~”하고 소리도 지르고, 미트를 빵! 빵! 차며 열심히 운동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니 지금도 사범님의 말씀을 못 알아들어서 엉뚱한 동작을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몸통막기!” 라고 하는데, 얼굴막기를 할 때도 있고, “앞차기!” 하는데, 옆차기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눈치가 늘어서 내가 잘 모르는 동작을 사범님이 말씀하시면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 조금 늦게 따라합니다. 그렇게 하면 틀리진 않으니까요. 이렇게 운동이 끝나고 나면 서로의 고향 이야기도 하고, 한국생활도 이야기하면서,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고 가는 시간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그 시간이 너무 기다려지고 행복합니다.

 우리 태권도 친구들은 저처럼 모두가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민자입니다.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고, 늦은 저녁에는 태권도를 배우러 주민 센터로 모입니다. 모두가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족을 보고 싶어 하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외로운 친구들입니다. 제가 처음 외국인 주민센터를 찾아왔을 때는 제가 아닌 딸 은미에게 태권도를 배우게 하려 상담했는데, 여기서는 어른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딸이 아닌 제가 배워서 나중에 딸을 가르쳐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사람이 많은 곳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너무 조용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태권도를 배울 생각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열심히 태권도를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서 신나게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성격도 많이 밝아지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수다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태권도 1단의 유단자입니다. 저희 사범님께서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파란띠라고 했습니다. 저는 지금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선배입니다. 저는 더 열심히 해서 태권도 시범단원에 꼭 뽑히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딸도 가르쳐 주고 시범단원으로 무대에서 활동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태권도는 한국의 전통 무술이라 합니다. 우리 태국에도 무에 타이라는 전통무술이 있지만, 여지껏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지금 저는 제 딸에게도 꼭 배우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딸도 저를 닮아 조용한 성격인데 태권도를 하면 저처럼 명랑하고 좋은 성격을 가지게 될 것 같아서 입니다. 제 딸 은미는 집안 형편상 3년 동안 태국에 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엄마와 함께 있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나와 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만 더 크면 사범님께 부탁해서 함께 운동을 해 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 딸은 저보다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몸도 많이 유연하니까요~.

 제가 태권도 배우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빨리 빨리’ 를 좋아하는 한국 문화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매일매일 힘들게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꿈도 정하지 못했겠지요? 그런 저에게 “태권도 배우기”는 정말 고마운 존재입니다. 제가 이 한국 세상 안에서 ‘빨리 빨리’ 를 좋아하며 잘 써먹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사람들한테 빨리 빨리하라고 농담도 하고, 나도 무슨 일이든 빨리 빨리 잘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태권도 배우기를 소개 해 주고 싶고 함께 만나 더 많은 것을 듣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무튼 태권도 배우기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또 하나의 작은 꿈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 전 사범님들께서 인도네시아에 가셔서 함께 운동하던 제자들의 고향에서 태권도 시범을 하고 오셨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우리 딸과 제가 함께, 우리 사범님들을 모시고 태국 제 고향에 가서 태권도를 알려 주고 싶습니다. 우리 태국 사람들도 태권도와 한국 사람들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같습니다. 태국 사람들에게 여기에서 잘 살고 있는 제 모습을 태권도를 통해 멋있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의 작은 꿈입니다. 저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더 열심히 태권도 배우기를 하면서 저의 인생을 잘 살 것입니다. 야와렛 파이팅! 태권도 파이팅! 태국 한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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