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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_6개월차 데릴사위가 들려주는 한국살림 노하우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3-26 (목) 22:47 조회 : 1326


6개월차 데릴사위가 들려주는 한국살림 노하우

- Johnson Kristian Robert

저는 한국 생활 4년째 하고 있는 미국에서 온 크리스라고합니다. 저는 작년 9월달에 한국사람하고 결혼했으니까 아직 깨가 쏟아지는 신혼을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혼집은 우리 장모님과 장인 어른 소유하고 있는 3층짜리 주택으로 잡았습니다.  3층 중 우리가 2층에 살고 있습니다.  장모님과 장인 어른께서는 1층에서 사십니다. 아직 신혼이니까 한국 살림의 노하우란 주제에 대해 쓸 자격이 될 지 모르겠지만 제가 6개월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쌓였던 노하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제가 원래부터 살림하러 한국에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연세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러 왔습니다.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마음에 든 아가씨를 만나 사랑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아가씨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미국에 들어갔다가 졸업하기 무섭게 한국에 돌아와 연애를 즐기다가 2년 반 만에 결혼 골인했습니다. 결혼은 6개월 전에 했으니까 아직 신혼 한참 중입니다.
내가 결혼하고 나서 대학원을 준비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집에서 살림을 도맡게 되었습니다.제가 처음에 살림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한국인 아내가 항상 못마땅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가는 문화라서 그런지 집안에 먼지가 있어도 웬만하면 신경을 안 쓰고 바닥 청소도 깨끗이 안 합니다.  근데 한국에서는 신발을 꼭 벗고 집에 들어가는 문화라 먼지가 조금만 있어도 참지 못하고 눈에 거슬려 합니다.  내가 보기에 깨끗한 집은 아내가 보기에 깨끗한 집하고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살림을 왜 이렇게 못하냐’ 혼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청소하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봤습니다.  청소기 한번 돌리기로 끝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닥을 먼저 한번 쓸고, 청소기로 밀고, 그 다음 걸레로 구석구석 깨끗이 닦는 걸 보고 '어떻게 저렇게 매일 청소하지?' 생각했습니다. 내가 바닥청소하고 나면 아내가 다시 한번 청소하는 것을 안 후로 이제 한국인 아줌마처럼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 합니다. 특히 걸레질 하면서 자세가 불편하고 힘든데 이제는 걸레질이 운동도 된다고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합니다. 그리고 걸레를 뜨거운 물로 빨면 먼지도 빨리 빠져나가고 바닥도 더 깨끗이 닦입니다. 내 청소 기준을 아주 한국 아줌마 기준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그 다음에 나눌 것은 음식물 분리수거 하는 것입니다. 우리 미국 동네에서는 각 가정한테 사람만한 쓰레기통 2개가 있습니다.  그 쓰레기통들에 모든 쓰레기를 버리면 쓰레기 정리하는 사람이 매주 1번 가지고 갑니다. 근데 한국에서 분리수거 방법이 좀 더 복잡합니다. 일반 쓰레기랑 음식쓰레기 봉투를 각 산 다음에 쓰레기를 분리해야 하고 특히 음식쓰레기는 냄새가 너무 심하고 밖에 놓으면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찢어서 테이프로 계속 붙여야 합니다.  이것이 처음에 너무 익숙하지 않아 좌절감을 느끼고 쓰레기를 막 함부로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살다 보니까 이렇게 면적이 작은 나라니 만큼 쓰레기물량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 오래 살수록 내가 미국에서 살았을 때 깨닫지 못한 중요한 것들이 하나씩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 왔으면 그대로 우물안개구리같이 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음식물쓰레기를 위한 통에 넣어놓고 물을 뺀 다음에 고무장갑을 끼고 쓰레기봉투에 눌러 담습니다. 아주 무겁게 될 때까지 계속 눌러 담아야지 비싼 쓰레기봉투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살림 노하우 장보는 방법입니다. 미국에도 대형마트가 많아서 처음엔 집 주변 대형마트에서 주로 장을 봤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장모님을 따라 재래시장을 한번 방문하고 나서 반해버렸습니다. 음식제품이 너무나 다양하고 저렴하고 맛있습니다.  게다가 장사하시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너무 친절하고 더 달라면 꼭 더 주십니다. 전통 시장에서 한국인의 정이 제대로 묻어나오고 한국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장모님이랑 재래시장에서 장보면서 워낙 돈을 잘 아껴쓰는 저는 장모님이 물건 사는 모습을 보고 흥정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야채를 사고 더 달라고 할 때 보통 안 주십니다. 그러면 우리 장모님은 그 야채를 이미 봉투에 담으면서 고맙다고 하십니다. 웃으면서 말하기 때문에 아줌마가 화를 낼 수가 없습니다. 또 그 곳에서 생선, 과일, 야채, 견과류 등 없는 게 없고 훨씬 저렴한 가격에 살 수가 있지만 그래도 장보러 여러 번 가다 보면 장사하시는 사람들이랑 친해지고 더욱 더 잘해주십니다.이제는 대형마트 안가고, 큰 장보러 갈 때는 무조건 재래시장 갑니다. 들고 올 때 좀 무겁긴 하지만 또 택시타면 돈이 들기 때문에 무거워도 버스타고 다 들고 오거나 운동 삼아 뛰어서 오기도 한다. 장모님이랑 같이 가면 물건은 내가 들어주고 장모님이 길은 안내합니다.
 우리 장모님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장모님을 잘대하는 사위의 노하우 하나 더 자세히 나누고자 합니다.  살림 잘하는 거는 집안일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모님/시어머님을 잘 대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장모님을 잘 챙겨주는 사위가 멋집니다.
제가 장모님께 일주일에 최소 2번 이상 직접 전화해서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장모님이 한번도 드셔보지 못했던 서양음식으로 대접합니다. 손맛이 담긴 최고급 서양음식으로 장모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장모님을 나름대로 잘해주도록 했더니 장모님이 우리의 아들로 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인기가 많으신 장모님이 많은 친구들에게 ‘사위 자랑’하신다고 합니다. ‘우리 사위가 얼마나 잘해주는지…어제 우리 사위가 해준 맥앤드치즈가 얼마나 맛있었는지..그런 사위가 또 어디있겠어?’과 같은 ‘사위자랑’을 우리 장모님이 하곤 하시니 제가 그 말을 듣고 우쭐해지고 이젠 우리가 어머니-아들 사이로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제가 장모님께 예쁨 받으면 제 아내가 더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종암동 데릴 사위의 살림 노하우를 끝까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풍습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살림하면 보통 아내가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주변 한국친구들도 남자가 무슨 살림하느냐고 합니다. 저희 장모님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근데 저는 남녀노소 누구나 긍정적인 마음만 가진다면 살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가 일할 땐 당연히 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다른 결혼이민자들하고 사랑과 공감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런 공동체 통해 한국 생활과 살림의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가 끊기지 않고 앞으로 죽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살림을 하면서 한국 아줌마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한국 아줌마 못지 않게 살림을 잘하려면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하는 것처럼 외국인들하고만 어울리지 않고 더 많은 한국인들과 어울리다보면 내년엔 ‘주부9단 크리스’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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