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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_봄에 나의 꿈이 향해 간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3-26 (목) 22:43 조회 : 1323


 봄에 나의 꿈이 향해 간다. -   남 진 희

  안녕하세요? 저는 응웬티옥트엉이라고 합니다. 제 고향은 베트남 남쪽에 있는 호치민시입니다. 저는 거기에서 20년 동안 살다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여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안 저는 개구리 왕자님 둘과 예쁜 공주님 둘을 얻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감정인지 몰라도 저희를 아는 사람들은 늘 놀라는 표정입니다. 서른 살에 아이가 네 명이나 있기 때문이지요.
  이민자 여성 여러분께서는 처음 시집 왔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저는요 10년을 살았지만 낯선 한국 땅에 처음 왔을 때 기억이 아주 생생합니다. 너무 외로웠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밖에 나가고 싶었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 나에게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답할까, 그런 걱정에 밖에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4월의 태양 아래를 거닐며 만발한 벚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힘든 적응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잊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나를 위해 뭔가 하고 싶습니다.
  사실은요 어린 시절 저는 꿈이 많은 소녀였습니다. 승무원이 되고 싶고 관광가이드도 되고 싶었어요. 대신 지금은 사랑하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꿈을 꾸고 있지만 꿈을 이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제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느 날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활짝 웃는 얼굴로 “여보, 당신 이제 집이 생겼어요.” 라고 말하였습니다.
  처음에 남편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사는 지역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생긴다고 하네요. 한국에 친정이 생긴 것처럼 든든합니다. 그리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인턴을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지원하겠다고 말하였더니 다행히 남편은 “10년 동안 아이들을 낳고 키우느라 수고 많이 했는데 지금이라도 나가서 많이 배우고 당신의 꿈을 펼쳐라. 외국 엄마라 해도 당당하고 똑똑한 엄마란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줘. 나는 당신을 믿는다.” 라고 해서 남편의 말에 눈물이 날 만큼 감동했습니다. 살림만 하다가 직장을 다니려니 저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센터의 직원들은 저를 한 가족처럼 대해주었고 저 역시 도움이 되기 위해 하나씩하나씩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센터를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어느 날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혼자 시어머니를 모시고 두 딸을 키우며 살고 있는 친구가 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상담실로 안내하고 나서 얼마 후 차를 들고 다시 상담실의 문을 열었을 때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는 그녀를 보았습니다. 혼자 부모 역할과 며느리, 아들 역할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그녀를 울게 만듭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진심을 몰라주고 아들을 낳은 다른 결혼이민자와 비교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지만 우울함은 가시질 않습니다. 타국의 낯선 땅에서 혼자 감당해야 할 그 고통을 누구보다 저는 잘 알 수 있기에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친구야, 지금은 힘들더라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예쁜 두 딸을 생각해서 더 강하게 살아가자. 그래야만 우리 아이가 당당하고 자신 있게 자랄 수 있어. 우린 외국 엄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최고의 엄마야.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땅에서는 나만 부지런하다면 결코 못 해낼 일이 없어.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서 아이 마음, 상황 먼저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엄마가 되자.”
  물론 저 역시 아이 네 명을 키우면서 직장 다니기 힘듭니다. 하지만 일을 하며 많은 결혼이민자 분들을 만나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다보면 제가 이 땅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내와 엄마, 아줌마에 가려져 있던 ‘저’라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상담하며 용기를 북돋아주면 저 역시 또 한 번 강해집니다.
  요즘 저의 걱정거리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입니다. 농사일로 바쁜 남편 대신 아이들의 예습, 복습, 숙제를 도와줄 때면 난감합니다. 많이 노력해도 아직은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라서 따돌림 당하지는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했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다문화센터 일이 끝나고 집에 와서 저녁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큰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었습니다. 무슨 속상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들에게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놀림 받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아이 앞에서 울었어요. 진정한 후 아들에게 “엄마 베트남 사람과 아빠 한국 사람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해가지고 똑똑한 우리 아들을 낳았지요.”라고 설명을 해주었어요. 그리고 베트남 역사를 이야기해 주었어요.
  다음 날 아들이 학교에 갔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오늘도 우리 아들이 놀림 당할까봐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온 아들의 얼굴이 활짝 피었습니다. 자기 친구에게 “우리 엄마, 베트남 사람이지만 한국말도 잘 하고 베트남어도 잘 한다. 우리 엄마 다문화센터 통역하러 다니셔. 그리고  앞으로 우리 가족은 비행기 타고 베트남에 있는 외갓집에 갈 거다. 거기서 나는 베트남어 배우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구경도 많이 할 거다. 또한 베트남 오랫동안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지만 온 국민이 힘을 합쳐서 독립한 강한 나라야.”라고 이야기했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한편 둘째딸은 1학년이 된 지 한 달 되었습니다. 아이의 검은 피부가 걱정이 된 저는 늘 잠들기 전 대화를 합니다.
  “수연아, 엄마는 수연이 피부 너무 부러워.”
  “왜요? 얼굴색이 까매서 안 예뻐요.”
  “피부는 까맣지만 부드럽고 아주 건강해 보이거든요. 엄마도 건강한 피부 갖고 싶다. 또 수연아, 혹시 나중에 누군가 수연이 피부 색깔을 놀리잖아? 사실 그들은 수연이의 피부가 부러워서 그러는 거란다. 그리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누구나 수연이를 많이 좋아할 거야, 알겠지?”
  다행히 딸은 아주 씩씩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한 친구가 수연이를 외계인이라며 놀렸을 때도,
  “우리 가족은 구리빛 건강한 피부 만들려고 여름에 바다여행 갔다 왔어. 그리고 우리 엄마 똑똑하고 예쁘고 지금 직장에 다니고 있다. 3학년 1반 반장 석종훈, 너희들 알아? 바로 나의 오빠란다. 너희들 우리 오빠에게 혼나고 싶니?”
  딸의 말을 듣는 순간, 우리 아이들이 엄마를 많이 사랑하고 믿고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저는 힘들지만 서로 의지하는 남매들을 보면 제 선택을 후회하기는커녕 잘 했다고 칭찬하고 싶습니다.
  엄마와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동생아, 한국 재미없지? 드라마랑 너무 다르지? 언니 집이 시골이라서 베트남보다 더 지겹지?”
  저는 동생이 실망한 줄 알았는데 재미있다고 대답하네요. 그리고 “언니 제가 3년 뒤에 졸업하고 나서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다시 올 거예요. 왜냐하면 한국은 베트남과 달리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재능 있는 사람들의 꿈을 키워주는 나라니까요. 나는 언니 못 이룬 꿈들을 여기서 배우면서 꼭 이루고 싶습니다. 그리고 보름이지만 한국 사람의 성실함과 정 많은 모습에 반했습니다. 유학하려면 베트남에 돌아가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어요.”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라 아직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동생은 생각이 깊은 열여섯 살의 소녀였습니다. 저는 센터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고맙습니다. 베트남의 제 가족이 한국에 직접 와서 풍경, 사람, 문화를 보고 겪음으로써 동생이 이런 결심을 하게 해주었으니까요.
  저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먼저, 저와 같은 결혼이민자 분들!
  우리 먼 곳에서 왔잖아요. 힘든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아요. 항상 노력해서 모두 열정을 가지고 많이 배우면 먼 훗날에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으세요. 저와 여러분이 서로 위로해주고 격려하면서 적극적이고 당당한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국민이 되도록 열심히 같이 달려봅시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우리의 꿈을 키워주고 이루어주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들을 위해서 애써주시는 선생님들께 무척 감사합니다. 우리의 고민을 들어주시고 우리 자녀의 빛나는 장래를 위해 도와주시는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특히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분들께 저는 개인적으로 더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저를 비롯한 네 명의 외국인 아줌마가 각자 다른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
  여보, 저의 마음을 알아주시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늘 격려하고 믿어주셔서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우리 왕자와 공주님들 아빠, 엄마 말씀 잘 듣고 형제간에 사이좋게 잘 지내고 무럭무럭 자라줘서 엄마는 너희들에게 너무 고맙다. 그리고 정말 정말 사랑해!

  앞으로 저의 꿈을 이룸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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