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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_그녀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을까?

글쓴이 : 최고관리자 날짜 : 2015-03-26 (목) 22:37 조회 : 1106


그녀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운명이었을까? - 고금선

언제인가 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낯선 우리의 이웃이 있습니다.
이젠 그들이 더 이상 이웃이 아닌 우리의 가족이요, 며느리요, 우리의 손자가 되어 있더라구요.
시장 어귀에서도 아직 앳된 모습에 어색한 발음으로  “아줌마 이거 얼마에요? 깍아 주세요 ! 라는 말도 이젠 어색하게 들리지 않고 시끌벅적 떠들며 뛰어노는  놀이터 아이들 사이에도 지역 아동센터 공부방에서도 어김없이 우리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열심히 무언엔가 심취하고 있는 풍경이 그다지 낯설고 특별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어느 샌가 그들은 우리의 생활 가운데서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내가 그녀를 만난 건 2007년 목련꽃이 만발하고 개나리꽃이 유난히도 노오란 꽃잎의 주둥이를  내밀고 있던 어느 봄날 이었던가...
적십자 봉사관에서 사회복지 실습으로 잠시 근무하던 때였습니다. 그때를 뒤돌아보면 그다지 봉사라는 개념보다는 아줌마 대학생으로 자부심과 무언가를 시작하고있다는 자부심으로, 또한 복지사자격증을 취득해보고자하는 생각만 가득했던때였던것 같습니다. 그때 그녀를 만났지요..
다문화 교육을 받으러 온 해외이주여성인 그녀는 베트남 여성으로 까무잡잡한 피부에 목이 학처럼이나 길었고 유난히도 가냘픈 몸매에 우는 아이를 어설프게 업고 있는 모습이 마치 겉보기에도 초취했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한창 다른 이주여성들은 그림 그리기 수업 중이건만 그녀는 우는 아이와 소통이 되질 않았던지 당황하며 쩔쩔매는 모습이 무척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수업이 우는 아기로 인하여 온통 엉망이 되어버리기 직전에 보조교사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생각에 그녀의 곁으로 가  “내가 한번 안아 보면 어떨까요?” 라고 물었고
그녀의 이마와 목덜미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버려 미안한 표정으로 체념한 듯 아이를 맡겼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귀저기도 갈아주었고 물티슈로 빨개진 엉덩이를 시원하게 닦아주고 맛있는 과자도 손에 들려주며 어르고 달래주었더니 어느 샌가 정신없이 울던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똥그랗고 쌍꺼풀이 유난히도 찐하여 말똥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눈을 맞추며 아기의 표정은 부드러워졌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그녀는 어색한 발음으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쑥쓰러운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보여줬습니다. 처음 수업에 올때만해도 인상을 유난히도 구기고, 무언가를 배우는데 의지가 없어보였던 여성으로 기억하고있어서, 그녀의 미소가 유난히 이뻐보이더군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아기를 제가 돌보아주고 그녀가 수업에 집중할수있도록 해주었고, 그 수업시간만은 해방되는 느낌이었는지 밝고 활기차게 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렇게 늘 궁금하고 그녀는 한주동안 어찌 지냈을까라는 생각에 목요일이 기다려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설픈 속내도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고, 어느 샌가 나는 그녀의 멘토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무능력하다는 말도 시댁식구들과의 소통이 전혀 안되어 무시당하는 푸념들을  서슴없이 털어 놓는 사이가 되어 갈 즈음에 실습기간이 끝나게 되어 전화로 대화를 하곤 했지요. 그렇게 서로 전화로 안부를 묻던중 그녀의 생활이 궁핍함에 도움을 주고자 “남편 일자리를 구해주면 안될까? 우리집 남편이 작은 공장을 하는데 함께일하면 어떨까싶은데..”
전 어떻게라도 그녀에게 도움을 주어 부족하고 가난해서 시집 온 그녀의
가정 형편이 윤택해지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밑반찬에 헌옷에 심지어 그녀의 남편이 자동차면허증을 취득 할 수 있도록 독려를 해주었습니다.
우리 남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만드는 물건들을 납품하는 배달 직원으로 자리를 만들어 주려 노력했지만 그남편은 완강하게 거부를 하기에 맘이 무척 상했었기도 했었습니다. 그로인해 그녀도 미안해했고, 밖에나가 가정형편을 떠들고다닌다는 남편의 성화로 집에서만 있게되어 제가 더 가까이하면 안될듯함을 느끼고 한동안 연락을 하지못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흘러 그녀를 잊어갈때쯤 양천구 건강가정 지원센터 로비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땐 어엿한 사회복지사가되어 열심히 지역에서 그들의 작은 보탬이 되길 원하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전에 안 좋았던 관계는 멀리하고 다시 멀리 떠나있던 친정 동생을 만난 것처럼 서로 부둥켜 안았습니다. 그동안 하지 못하였던 대화를 로비에서 어찌나 오랫동안 서서 이야기를 하였던지.. 그녀는 여전히 생활은 어려웠고 포대기 안에서 정신없이 울던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서 놀이방에 다닌다 했습니다.
그녀와 그렇게 새로운 인연이 되어 다시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녀와 함께 그녀의 남편을 만나고자 집에 방문하였습니다. 여전히 냉랭하던 그녀의 남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년전과 틀려진 상황은 제가 우리 동에서 새마을부녀회원으로 활동하며, 그녀의 시어머니와 자연스럽게 왕래하게 되었고, 남편을 설득하게 되는데 좀 수월했습니다. 자격지심이라할지라도 오랫동안 생활고에 힘들어했는지 수차례의 거절끝에 마지못해 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녀의 남편도 우리남편의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게되었고 그녀또한 아이를 놀이방에 보내고 나면 바로 달려와 함께 한 귀퉁이에서 잔심부름에 실밥도 따며 공장 직원들과 어울리며 쉼없이 수다를 떠는 또한 저보다 더 아줌마스럽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마냥 밝기만한 그녀가 가끔 공장위를 지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멍하게 있을때가 가장 찐하게 마음이 아파오더군요. 하지만 언제그랬냐는듯 다시 밝은모습으로 일을 하고 퇴근시간이 되어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손을 잡고 함께 공장을 나서고, 그런 그들을 보며 행복했음 좋겠다... 늘 행복하기만했음 좋겠다..란 생각을 많이도 했습니다.

남편의 무능력함이 몸서리쳐지게 싫다는 그녀..
따지고 짜증내면 손이 올라온다는 가정폭력에...
문화적인 갈등까지 언어도 되지 않는 이국땅에 시집와서 낯설고 힘들었던 고달픈 생활들을 어찌 저 어리 디 어린 모습으로 견뎠을까?
무엇이 그녀의 삶을 이처럼 고단하게 했을까?
손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신월동 하늘에 오가는 비행기를 보며 얼마나 친정에 가고 싶었을까?
얼마나 부모가 그립고 두고 온 형제가 그리웠을까?
얼마만큼 이불속에서 또 그렇게 숨죽여 울었을까?
요즈음도 우리 남편 회사에서 그녀를 바라 볼 때마다 가슴 밑바닥부터 절여오는 찡한 마음과 잘 견뎌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대견스럽고 또한 인연이라는 게 정말 우연이 아님을 새삼 느껴봅니다.

그녀가 우리공장에서 이제는 분위기 메이커가되어 누가 시키지않아도 제일 피곤한 시간쯤 되면 벌떡 일어나 구수한 트로트 한곡을 여전히 어눌한 억양으로 맛깔나게 불러재끼면 저와 아이아빠 공장직원들 모두 시키지않아도 함께 박수치며 웃고, 그녀의 남편도 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운지 너무도 흐믓하게 바라보며 납품할 물건들을 바지런히 챙기고있었습니다. 너무도 행복한 나날... 그렇게 세월이 흘러 그녀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고 요즈음 초등학교에서 “넌 방학하면 뭐하니? 선생님이 물으면 “난 이번 방학엔 비행기 타고 외가댁에 갈 거예요 . 한답니다.
한없이 착하고 여린 나의 가슴으로 맺여진 동생도 아이가 방학하면 비행기 타고 친정 나드리를 가겠지요.
그땐 예쁜 옷도 사 입히고 양손에 선물도 들려주며 잘 다녀오라고 등 두드려 줘야겠습니다.
이젠 그녀의 눈가에서  축축하게 젖어있던 그 눈물 내가 닦아주렵니다.
나의사랑 나의 가슴으로 맺여진 동생이기에 말입니다.
다문화 가정 외국 이주여성들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며느리요.
우리 다음 세대를 이어준 희망의 끈이요 후손인 것입니다.
세계는 하나, 해마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는 현실과 너무나 짧은 시간에 다민족 사회로 전환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다문화 가정이라면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퍼주기에 급급한 지금보다 사회 문화적인 소양을 갖추며 저들이 잘 적응할 수 있게 한번 더 뒤돌아보고 저들을  따듯한 가슴으로 품어 안아주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글쎄 그녀가 이제는 저를 막 구박해요.. 봉사하러 다니기만했지 살림솜씨는 꽝이라며 쫒아다니며 잔소리까지 한답니다. 저보다 진짜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기는 하더라구요.. 그녀가 만들어내는 김치찌게를 비롯해 그녀의 나라 음식을 가끔 맛보는 재미에 흠뻑빠져있답니다. 사랑스런 그녀는 이미 제 동생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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