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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수상작 ]

(특선)옥순빈_내 친구 프언

글쓴이 : togetherday 날짜 : 2017-04-28 (금) 01:03 조회 : 592

 내 친구 프언

옥순빈

“야 임마 뭐하는짓이야!”
내가 그에게 했던 첫마디였다.

 나는 프언을 킥복싱 체육관에서 처음 만났다. 킥복싱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그가 들어왔다. 그의 키는 165cm 정도였고, 전형적인 동남아 사람이었다. 나는 동남아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친해지고 싶지 않아 그저 내 운동에만 집중했다. 그가 오고 한 이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그와 얘기조차 하지 않고,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친화력이 좋아서인지 금세 관장님과 코치님과 친해져있었다. 관장님과 코치님은 영어를 못했는데, 그의 바디 랭귀지로 어떻게든 친해진 것 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운동하는 시간이 겹쳐서, 그와 같이 운동을 하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운동을 계속 하다가, 관장님께서 스파링을 해보라고 권유하셔서 그와 스파링을 하게 되었다. 그가 태국에서 무에타이를 수련했다고 하였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꼈지만, 망설임 없이 링으로 들어갔다. 공이 울리고, 거친 숨소리사이에서, 주먹과 발차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스파링을 2라운드를 하고, 마지막 3라운드 도중이었다. 그와 나는 둘 다 체력적으로 고갈된 상태였고, 흥분한 상태였다. 그렇게 3라운드를 이어가던 도중 ‘빡!’ 소리가 나면서 피가 흘러내렸다.

  입에서 진한 피 맛이 느껴졌다. 내 코에서 피가 철철 나기 시작했다. 그의 팔꿈치가 내 코를 강타한 것이다. (킥복싱 룰로 하는 스파링이었기 때문에 팔꿈치를 쓰면 안된다.) 나는 코에서 피가 철철 나는 것보다 팔꿈치를 썼다는 것에 대해 너무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다. 그래서 나는 한국말로 프언에게 “야 임마 뭐하는짓이야?”라고 말했고(사실 욕설이었다) 그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어서 코피를 막고 관장님 차를 타고 응급실로 가서 코뼈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코뼈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래도 운동을 잠시 쉬라는 관장님의 권유에 체육관을 당분간 나가지 않았다. 체육관을 나가지도 않아서 프언을 만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코의 상처도 아물어가고, 나는 대학교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수업을 들으려고 학교 건물로 가는 길이었는데, 대학교 과잠바를 입은 동남아 학생을 보았다. 나는 그저 교환학생일거라는 생각에 지나가려는데, 그 학생이 나한테 인사를 했다. 그 학생은 바로 내 코를 팔꿈치로 찍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무척 당황스러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코는 괜찮냐고 영어로 물어봤고, 나는 어버버거리며 대답을 했다. 그는 자기가 팔꿈치를 써서 미안하다며, 밥을 한번 사주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였다. 나는 밥을 사준다 해도 그와 밥을 같이 먹고 싶진 않았는데, 면전이라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내 번호를 줬다. 나는 그에게 나를 이니셜로 부르라고 하였고, 나는 그에게  뭐라고 부르면 되냐고 물어보니 그는 “프언”이라고 하였다. 서로 번호를 교환하고 난후, 며칠 뒤에 “내일 점심 같이 먹자”라고 연락이 왔다. 나는 약속이 있다고 하고 안 갈려고 했는데, 프언이 계속 같이 먹자고 하는게 부담스러워서 코치님과 셋이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그렇게 셋이 만나서 식당에 갔다.

 식당에서는 정적이 흘렀다. 분위기가 어색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스파링 얘기를 꺼냈다. 왜 팔꿈치를 썼냐고 물어보니, 프언은 자신이 무에타이를 오래 배워서 팔꿈치를 쓰는 습관이 들어있었다고 얘기했다. (무에타이는 팔꿈치가 사용가능하다.) 자신은 고의가 아니었고, 본인도 팔꿈치를 모르게 써버렸다고 얘기하며 나에게 사과했다. 나는 그의 사과를 받아주었고, 코치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고 말해주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태국 국민스포츠 무에타이 얘기, 프언이 무에타이를 배웠던 체육관 얘기, 태국 무에타이 영웅 쁘아까오 얘기를 했다. 그와 내가 격투기라는 공유된 취미를 가진 터라 의외로 대화가 잘 통했다. 점심을 같이 먹고 그 날 밤, 자취방에 누워서 잘 준비를 하는데, 그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동남아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즐겁게 얘기를 했구나.” 나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동남아 사람과 즐겁게 얘기한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프언과의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며칠 뒤, 체육관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체육관에서 프언과 매일 같이 운동하고, 땀 흘리고 얘기를 나눴다. 그렇게 조금씩 친해져 갔다. 그러던 와중에, 운동 끝나고 맥주를 마시러 가자는 얘기가 나와서 프언과 체육관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러 갔다.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술을 좀 마셔서 그런것일까, 좀 진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한국에 와보니 어때?” 내가 영어로 물었다. 그는 한국이 좋다, 깨끗하다, 공기가 맑다 등 좋은 얘기로 시작하였다. 그런 말을 하다가, 그는 말문이 막혔다. “왜 그래?" 내가 물었다. 그는 말이 없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인들의 시선이 좋지 않았다.” 프언은 자신의 피부와 외모, 그리고 국적으로 인해 받은 차별들에 대해서 말해주기 시작했다. 프언의 눈가는 촉촉해져있었다. 한이 맺힌 듯 했다. 나는 처음 프언이 왔을 때가 떠올랐다. 내가 동남아인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프언이 처음 왔을 때 피했던 것을....나는 솔직하게 프언에게 내 얘기를 했다. 나는 사실 동남아인을 좋아하지 않았고, 네가 왔을 때도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고...

 프언은 나한테 말했다. ”It's okay..." 프언은 그래도 자신과 친해진 것이 참 고맙고, 자신에게 잘 대해준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프언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고맙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술에 취한 채,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왜 동남아인들을 싫어하는지... 그저 대한민국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고, 피부가 까맣고, 별 시덥지 않은 이유였다. 그날 나는 나에게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이때까지의 나의 행동들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사람이 동남아 사람이던, 무슬림이던, 흑인이던, 백인이던간에 사람 대 사람으로 보자고...

  프언과 맥주를 마시고나서, 평소와 같이 체육관에서 같이 운동을 하고 땀 흘리고 어울리다가, 대학교 1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었다. 그는 나에게 이제 교환학생을 끝내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체육관원들과 함께 송별회를 하고, 그를 배웅해주러 공항까지는 가진 못하고 수원역까지 배웅해주었다. 수원역에서 물었다. 본명이 무엇인지...프언은 웃으면서 말했다.
“본명은 말해줬다...근데 네가 계속 프언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프언은 무슨 뜻이냐?”
그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친구”라고...

 프언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떠났다. 프언과의 만남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짧다고도 할 수 있는 3개월이었지만, 아주 값졌던 3개월이었다. 가끔씩 코피가 날 때, 프언 생각이 떠오른다. 만약 태국에 놀러가서 무에타이 체육관에 들어가면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줄 것 같다.

보고싶다! 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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