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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수상작 | 내 인생 최대의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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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교 생활을 위해 증평에 있는 성당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필리핀 여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향 사람을 만나서 너무나 기뻤고 그녀는 내가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 때 저는 ‘그래 아이들이 영어를 못하면 내가 한국어를 배우면 되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한국 요리 만드는 방법을 찾아서 따라해 보고 다문화센터의 요리교실에도 열심히 다니면서 요리를 배워서 김치찌개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시장에서 반찬을 사오지 않고 제가 직접 요리를 해서 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뭔가 해 줄 수 있다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우리 큰 아들이 지금은 스무 살이 되었지만 제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 아이에게도 사춘기가 왔습니다. 그 때는 서로 너무 어색해서 마주치면 눈도 곱게 뜨지 않았습니다. 해야 할 공부는 하지 않고 휴일이 되면 종일 자거나 게임을 하거나 했습니다. 남편이 보다 못해 큰 아들을 불러 놓고 타일렀습니다. “아빠도 어렸을 때 공부를 못해서 지금 이렇게 힘들게 사는데 너희들은 아빠보다 나은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니…….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 거야. 하늘에 계신 엄마가 지금의 너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한 번 생각을 해 봐. 그리고 지금 네 옆에서 노력하고 있는 새엄마 생각도 좀 해 보고……” 저는 남편이 제 얘기를 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조금 놀랐고 남편이 제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서 감동했습니다.
  요즘은 무섭고 나쁜 아이들도 많은데 우리 아이들은 참 착합니다. 아빠가 타이르면 말을 잘 듣는 편이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 아빠가 조금 엄격하게 교육을 하면 나는 부드럽게 감싸주고 그렇게 조금씩 다가가니 지금은 정말 처음보다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몰랐는데 한국말을 배우면서 다른 집 아이들 얘기를 들어 보니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그런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아이들의 친엄마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이들은 그저 한번 쯤 겪어야 할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좀 더 편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큰 아이는 사춘기가 지났고 나도 김치 냄새에 적응을 했고 한국어도 많이 배워서 아이들과도 어느 정도 대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는 임신을 했습니다. 넷째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쁨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사랑하는 남편과 세 아이가 모두 함께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 맞는 첫 겨울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새 생명의 탄생을 기대하며 나는 막내아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매우 추웠지만 난생 처음으로 눈을 보니 막내아들보다 더 아이가 된 것 같았습니다.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하루는 남편과 막내아들과 함께 시내로 구경을 갔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필리핀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는 나에게 우리 막내아들을 가리키며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아들 어깨를 살짝 안으며 ‘우리 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아들의 표정을 보니 살며시 웃고 있었습니다. 요즘 뉴스에 보면 새엄마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들이 있지만 나는 의붓자식들을 키우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들은 나에게 이겨 낼 힘을 줍니다.
  우리 넷째 아이는 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 둘 딸 둘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세 아이들도 동생을 아주 예뻐했습니다. 보통의 아이들은 동생이 태어나면 질투를 많이 한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예뻐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언니 오빠들을 가지게 된 것도 우리 넷째 딸의 행운이겠지요.
 
  이제 벌써 2016년입니다. 막내딸이 벌써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온 지 6년이 지났으니 생각해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난 것 같습니다. 한국에 오기로 한 결정은 내 인생 최대의 선택이며 네 아이의 엄마가 된 것은 내 인생 최대의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한국 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게 많지만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여섯 식구 모두 함께 더욱 행복할 날만 있기를 바랍니다.